[서평]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포토리뷰, 추천 서적, 스테디셀러의 힘
| 책 정보
제목 : 로마인 이야기 (총 15권)
저자 : 시오노 나나미
번역 : 김석희
출판 : 한길사
카테고리 : 서양사/문화
쪽수/무게/크기 : 4,550쪽, 9,500g, 148*210*80mm
ISBN : 9788935659654
| 책 소개 : 로마인 이야기
지금은 15권 전권으로 만날 수 있지만 최초 발매될 당시는 1권씩 출간되었고, 당시 출판계에서 로마인 이야기가 1권씩 발매될 때마다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1992년부터 1년에 1권이라는 기획 하에 발간이 되었고, 한국에는 1995년 1권, 2권이 동시 출간된 이래, 꾸준히 발매되어 2008년 15권을 마지막으로 완간되었습니다. 이렇게 대 히트를 치게 된 배경에는 번역가 김석희의 숨은 조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드는데요, 사실 이렇게 쉽게 읽히게 하기 위해서 저자 '시오노 나나미'와 협의한 끝에 문장 구조를 다 뜯어고쳤다고 합니다. 일본어에 조애가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어 문장을 있는 그대로 직역하게 되면 뜻은 통하지만 특유의 단어와 문장 구조에 의해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부분을 포함하여 꽤 많은 부분을 고친 듯합니다.
이 일화는 소설 '개미'의 초창기 발매 시점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당시 한국인 독자들에게 생소한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는 번역가 이세영의 뛰어난 번역에 힘입어 단숨에 한국 서적계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이 덕분에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 현지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큰 인기와 지지를 얻으면서 지금까지도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서적 카테고리상 서양사로 분류되지만, 사실 저자의 의견과 애정이 듬뿍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정통 로마사라기보다는 일반인을 위해 쓰인 '연의'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로마인 이야기 4권 '율리우스 카이사르(상)',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하)' 두 권에서 이런 부분이 정점을 찍습니다. 사실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년~44년)가 로마사의 방향을 바꾼 거인은 맞으나, 천년이 넘는 로마사 안에서 그가 살고 간 시간은 100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총 15권의 서적 중 2권이나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할애하고 해당 구간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칭찬을 끊임없이 하는 것을 본다면 어느 정도 '사심'이 들어간 역사서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부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로마사를 다루는 다른 서적에 비해서 훨씬 부드럽고 쉽게 읽히기 때문에 교양을 위한 로마사 입문서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저자 소개 : 시오노 나나미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1963년 가큐슈인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이듬해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독학으로 르네상스와 로마 관련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1970년부터 이탈리아에 정착해서 40여 년 간 집필 활동을 해옵니다. 이미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하기 이전에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 로마와 이탈리아 관련 서적을 꾸준히 집필해왔고 그 서적 중 일부는 한길사에서 한국어판으로 발간되었으나 '로마인 이야기' 보다는 인기가 덜한 것이 사실입니다. '로마인 이야기' 발간 이후,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전 2권)', '십자군 이야기(전 3권)', '그리스인 이야기(전 3권)' 등의 역사 관련 서적으로 한국 독자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습니다.
| 역자 소개 : 김석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과를 중퇴했습니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는데요,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우연찮게 번역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의 생활은 창작과 번역이라는 떡을 양손에 하나씩 거머쥔 상태에서 시작된 셈이었는데, 둘 다 놓칠 수 없는 떡이었습니다. 문학을 꿈꾸며 어렵사리 등단한 나로서는 소설가라는 신분도 더없이 소중했고, 생활의 방편이자 애써 익힌 외국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번역 또한 소중했으니까요 (YES24 인터뷰 중에서)" 하지만 소설을 창작하는데 어려움을 느낀 듯하고, 이후 번역을 통해 '글쓰기의 욕망과 창작의 갈증'을 대리 만족했다고 합니다. 겸손하게 인터뷰를 응했지만 불문학과를 전공했음에도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넘나들면서 번역과 함께 세월을 할 정도로 어학 및 문학 부문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김석희 번역가를 소개할 때는 '국내 최고의 출판 번역가'라는 수식어가 꼭 붙곤 합니다.
혹시 김석희 번역가의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 참고 부탁드립니다.
http://m.ch.yes24.com/article/view/31044
| 포토 리뷰 : 로마인 이야기 외관 및 속지 리뷰
로마인 이야기의 책 표지는 1권부터 15권까지 동일한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전면과 후면 모두 진한 색깔을 배경으로 로마시대의 유물 스케치로 둘러싸고 있으며, 한 시대의 중요한 인물의 조각상 등이 제목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 중앙부에는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와 같이 권 수와 부제가 적혀있습니다. 뒷면에는 저자의 말 일부가 실려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제일 처음에는 컬러로 인쇄된 그림이나 조각상 등을 만날 수 있는데요, 각 권에 해당하는 역사적인 유물이나 작품을 설명과 함께 실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장을 넘기면 한국어판에 부치는 저자의 말을 보실 수 있습니다. 책 본문으로 들어가면 흥미 있는 글들과 함께 적절한 위치에 지도도 함께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그리스인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바로 이 지도인데요, 여느 역사서적과 비교해도 이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정리된 지도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도가 한 번 나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배율로 다시 지도가 등장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 서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투인데요, 각 전투의 전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도 위에 전투가 발생한 위치나 순서를 화살표를 표시하는 한 편, 각 전투의 전술과 보병, 기병 등의 배치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보병, 기병의 모습도 상세하게 넣어 두었습니다.
이번에는 로마인 이야기 15권의 두께 비교입니다. 사진과 같이 각 권 마다 두께가 동일하지 않은 부분을 보실 수 있는데요, 중요한 시대 구간별로 끊어서 발간을 하다 보니 그 시대가 중요하거나 자료가 많은 경우에는 분량이 비교적 많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서로마 중심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잔틴제국(동로마)의 이야기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으며, 15권의 마무리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기원후 565년 사망)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삼국지로 치면 제갈량 사후 이야기를 최대한 간략하게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집필 방식인 듯합니다.
| 내용 소개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도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의 볼륨이 워낙 크다 보니 각 권마다 간략하게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로마인 이야기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 로마인 이야기 1권은 로마 건국(기원전 753년)에서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기원전 270년) 하는 약 50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겨자처럼 작아서 역사의 무대에서 보이지 않던 나라가 어떻게 커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1권에서 로마인의 독특한 특성도 함께 보여주는데요 그건 바로 열린 마음입니다. 무려 2700여 년 전 사람들임에도 현대인의 사고방식과 비슷함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 로마인 이야기 2권 한니발 전쟁 : 그리스 시대에 알렉산드로스의 무용담이 있다면, 로마 시대에는 한니발 전쟁이 있습니다. 이제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로마는 그들의 시야를 로마 반도 밖으로 돌리게 되고 숙적 카르타고와 국가의 운명을 건 '포에니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포에니 전쟁'이 배출한 걸출한 카르타고 장군 '한니발'과 그에 대항하는 '파비우스', '스키피오'가 긴박하게 펼쳐집니다. 이 시기의 로마는 상당히 많은 피를 흘리게 되지만 결국 지중해를 그들의 바다로 만드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 로마인 이야기 3권 승자의 혼미 : 숙적 카르타고가 멸망하고 지중해의 패자가 되지만 끊임없이 이어온 전쟁의 후유증이 이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명예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리고 돌아온 로마인이지만 노예의 유입과 비대해진 원로원 등이 원인이 되어 무산계급으로 몰락하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과 마리우스와 술라의 내전 등으로 로마는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몸이 커져 이전까지 입던 옷이 더 이상 맞지 않는 것처럼 로마를 지탱하던 사회 시스템이 더 이상 맞지 않은 상황에서 로마인들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 로마인 이야기 4권 율리우스 카이사르(상) : 로마사의 이정표를 세운 사람으로 평가받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야기의 (상) 편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유년 시절을 시작으로 중년 시절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하게 카이사르도 마흔부터 역사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데요, 교과서에서 보아왔던 삼두정치와 갈리아 원정기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 로마인 이야기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하) : 사실 마리우스, 술라 시대의 내전 이후 군대를 해산하지 않고 로마로 입성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으나, 삼두정치가 틀어진 상황에 처하자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서 로마로 진격합니다. 이제 동료에서 적이 되어버린 폼페이우스와의 공방전을 그리는 한 편, 고대시대 최고의 미인으로 평가받는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내전에서의 승리 이후 여러 가지 개혁에 손을 대지만 기원전 44년 그는 암살당합니다.
- 로마인 이야기 6권 팍스 로마나 :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표현의 조상 격이 되는 단어인 '팍스 로마나'가 이번 권의 제목입니다. 다행히도 카이사르는 그의 후계자 '옥타비아누스'를 남겨둔 상황이었고, 옥타비아누스는 2차 삼두정치와 권력 투쟁 이후 일인자(프린캡스)에 등극하여 제정으로의 정치를 공고히 합니다. 사실 그는 무력 부분에는 큰 소질이 없었지만, 미술 시간에 만나게 되는 석고상 중 하나인 무장 '아그리파'의 도움으로 권력 투쟁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게 됩니다. 이후 안정적인 통치로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얻게 되고 2대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장면까지를 그리게 됩니다. 참고로 영어로 7월을 표현하는 July는 율리우스 시저를 의미하고, 8월을 표현하는 August는 아우구스투스를 의미합니다. 옛날 로마력은 1년에 10개월이었으나 12개월 단위의 달력으로 바꾸면서 이 둘을 기념하기 위해서 달력 중간에 그들의 이름을 넣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후 월들이 꼬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9월 September는 7을 의미하는 Seven의 의미를 갖고 있음)
- 로마인 이야기 7권 악명 높은 황제들 : 이번 권에서는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 네 명의 황제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네 황제는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황조에 속하는 황제들입니다. 칼리굴라, 네로 두 황제는 후반에 등장하는 콤모두스 황제와 비슷하게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 황제들이라 7권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황제이지만, 티베리우스와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역사가들의 연구 결과가 조금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이 두 황제가 살아있고 이번 권의 제목을 봤더라면 조금 실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로마인 이야기 8권 위기와 극복 : 8권에서는 네로 황제 이후 있었던 69년 네 황제 시대와 그 이후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네로 황제 이후 4명의 황제가 난립했고, 황제의 난에 휘말리지 않고 본인의 부임지를 지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결국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네 황제 시대를 보면서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현제 시대 이후에 펼쳐지는 군인 황제 시대의 전조 증상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베스파시아누스와 그의 아들 티투스 황제가 선정을 베풀어 위기에 빠질 뻔한 로마를 구해냅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세워진 콜로세움은 덤입니다. 하지만 과로로 죽은 티투스 황제의 뒤에 오른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그렇게 좋은 황제가 되지 못했습니다만 다행히도 하늘은 아직 로마를 버리지 않았는지 오현제 시대의 막을 열게 되는 네르바가 황제의 자리를 앉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 로마인 이야기 9권 현제의 세기 : 이번 권에서는 오현제 시대 중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노니누스 피우스 황제를 다룹니다. 8권 끝자락에 오현제 중 하나인 네르바가 등장하는 것이 조금 의아했는데, 이번 권에서는 오현제 시기 중 가장 찬란한 시기의 세 황제만을 다루는 선택을 하고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를 10권으로 배치해서 가장 찬란한 시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작가의 의중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는 로마시대 최대 영토를 기록한 시기입니다만 다키아 전쟁 이후 로마의 영토가 더 이상 크지 못하는 상황도 함께 그려나갑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경우 '순행을 하는 황제'로 유명한데요, 분위기는 다르지만 통일 진나라 당시 '진시황'의 순행을 연상케 합니다. 이 시기의 유명한 유적은 판테온과 영국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방벽이 있습니다. '국가의 아버지'로 불리었던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를 끝으로 9권의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 로마인 이야기 10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이번 권은 로마 역사 대신 로마의 인프라에 대해서 다룹니다. 하드 인프라인 로마의 가도, 다리, 수도교 등을 다룬 뒤, 소프트 인프라인 의료, 교육 등을 다룹니다. 역사에 대해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넘기셔도 되는 부분입니다. 저자는 11권에 들어가기 앞서 10권을 쉬어가는 페이지로 놓은 듯합니다. 인기 드라마로 치자면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중간에 1회 정도 결방을 하는 대신 해당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9권까지가 로마의 전성기였고 이후의 내용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 로마인 이야기 11권 종말의 시작 :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오현제 중 마지막인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로마는 끝없이 영토를 넓히면서 성장해왔으나 이제 더 이상 영토를 넓히지 못하고 로마 자체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로마 주변의 나라들도 로마와의 오랜 전쟁으로 로마의 전술을 이해하고 전투 기술이 발전하여 카이사르 시대처럼 그렇게 쉽게 정복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아 졌습니다. 오히려 게르만족의 침략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눈물 나는 노력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성실하고 지적인 황제도 후계자 선정에 실패하게 됩니다. 7권 소개에 말씀드렸던 콤모두스 황제의 실정으로 인해 로마의 쇠망이 시작되고 내란의 시대를 그립니다. 로마 관련 서적을 읽으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8권 말부터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그리는 시기와 겹치기 시작합니다.
- 로마인 이야기 12권 위기로 치닫는 제국 : 11권 보다 제목이 더 어두워졌습니다. 이번 권에서는 기원후 211년~284년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시기는 여러 황제들이 난립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한 편 점차 야만족들의 힘이 강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황제들이 등장하지만 능력 여하에 상관없이 대부분 목숨을 잃고 이내 무대에서 내려오기를 반복합니다. 그 사이 숙적 파르티아는 간판을 바꾸고 사산조 페르시아로 다시 로마를 압박하는 등 나라 안팎으로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옵니다. 과연 로마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 로마인 이야기 13권 최후의 노력 : '로마인 이야기'가 처음 발간될 무렵인 1995년 로마인 이야기가 10권을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독자는 많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13권이 처음 발매되던 2005년은 이미 10년이 훌쩍 지나있는 시기였지만 '로마인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출판사의 서평의 문구 중 하나인 '거장의 투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보면 출판 관계자들도 작가의 고령과 안부를 걱정하면서 언제 끝날 지를 노심초사 기다린 것은 아닌가 하고 추측해봅니다. 12권까지 암울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13권에서는 걸출한 두 영웅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합니다. 이미 로마는 자체의 중력을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사두 정치'를 고안합니다. '사두 정치'는 두 명의 '정제'와 두 명의 '부제'가 각자 맡은 지역을 다스리는 시스템입니다. 부상당한 병사가 모르핀을 맞은 것처럼 이 기간 동안은 암살이 난립하던 군인 황제 시기보다는 안정적으로 나라가 운영됩니다. 그리고 다소 간의 경쟁 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나라를 이끕니다. 사실 기원 후 이후의 서양사는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는데요, 콘스탄티누스 대제 시기에 기독교 공인을 하는 등 (밀라노 칙령, 니케아 공의회 등) 기독교가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 시기의 '밀비오 다리 전투'의 일화는 이후 프랑크 왕국의 클로비스와 클로틸드의 일화를 연상케 합니다.
- 로마인 이야기 14권 그리스도의 승리 : 13권 내용 중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기독교가 역사의 전면에 서면서 종교와의 대립이 본격화됩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아들 콘스탄티우스의 치세, 율리아누스 황제 시대를 조망한 뒤, 로마인 이야기 최초로 한 챕터의 주인공으로 암브로시우스 주교라는 종교 관련 계통 인물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다신교였던 로마는 밀라노 칙령 이후 일신교의 나라가 되었고, 다신교의 관용 정신이 사라진 이상 '이교'와 '이단'이라는 주제로 로마는 점점 갈라지기 시작하고, 로마의 역사는 종점 (기원후 476년 서로마 멸망)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 로마인 이야기 15권 로마 세계의 종언 : 길고 긴 로마인 이야기의 마지막 권입니다. 로마인 이야기 1권에 보여줬던 겨자씨 같이 작았지만 관용정신을 통해 끝없이 성장하던 로마는 거인이 되었고, 스스로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노쇠해져 있습니다. 무려 1,20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존한 로마에게도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로마가 제정의 길을 걸은 뒤 한 번도 침략당한 적 없는 도시 로마도 여러 이민족들에게 침략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동서 로마의 공동 대응을 통해 이민족을 몰아내려 하는 노력을 하지만 끝내 그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로마는 476년 멸망하게 됩니다. 난공불락의 요새도시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둔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만이 로마의 그림자를 간직한 채 위태위태한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그 뒤 1,000년이 조금 더 되는 시기(기원후 1453년 비잔틴제국 멸망)까지 수명을 이어나갑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멸망 및 그 뒤의 몇몇 황제까지(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면면을 살펴본 뒤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저자의 마음속의 로마는 서로마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이렇게 아쉽게 이야기는 끝나지만 로마가 뿌린 씨앗은 다시 프랑크 왕국이라는 또 다른 서양사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을 줍니다.
| 추천 독자 : 역사에 관심 있지만 로마 역사에 대해서 조금 생소하신 분
영화나 드라마 혹은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매체로 '로마'에 대해 관심이 생기신 분이지만 어떤 서적을 고르면 좋을지 망설이시는 분들이라면 로마인 이야기가 입문하시기에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볼륨이 크긴 하지만 김석희 번역가의 깔끔한 번역에 힘입어 부드럽게 읽히는 편이고, 15권을 모두 보기 부담스러운 경우 위에 소개드린 내용 중 맘에 드는 부분부터 읽어보시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 추천하는 비슷한 서적 : 그리스인 이야기, 로마제국 쇠망사, 비잔티움 연대기, 하이켈하임 로마사 등
'리비우스 로마사', '몸젠의 로마사', '하이켈하임 로마사', '로마제국 쇠망사'등 로마사 관련 서적은 생각보다 많기도 하고, 각 서적마다 조망하는 구간이 다릅니다. 주요 서적이 조망하는 시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아직 도전하시지 않았고 역사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의 독자 분이시라면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전 3권)'를 우선 권해드립니다. 총 3권이라서 '로마인 이야기' 대비 양이 많지 않고, 로마가 시작하기 전 시기의 역사를 흥미 있게 다루었기 때문에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전에 보기 좋은 책일 듯합니다.
만일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난 뒤 이후 로마의 이야기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 등이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로마제국 쇠망사'의 경우 총 6권으로 볼륨도 상당하고 문체도 조금 딱딱한 편이라서 읽기 힘드신 분들께서는 동일한 서적을 축약한 '로마제국 쇠망사 축약본'도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유사한 예로 중국 자치통감이 너무 양이 많기 때문에 축약본을 보는 개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와 비슷한 시기를 짧은 서적으로 돌아보시고 싶은 분들에게는 '하이켈하임 로마사' 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국내 로마 역사 관련 서적 시대별 비교
- 리비우스 로마사 (전 4권) : 왕정시대 로마 ~ 마케도니아 전쟁 (기원전 8세기 ~ 기원전 167년)
- 몸젠의 로마사 (전 6권) : 왕정시대 로마 ~ 술라 (기원전 8세기 ~ 기원전 78년)
- 하이켈하임 로마사 (전 1권) : 로마 건국 이전 ~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기원전 8세기 ~기원후 6세기)
- 로마제국 쇠망사 (전 6권) : 오현제 시대 후기 ~ 비잔티움 제국 멸망 (기원후 2세기 무렵 ~ 기원후 1453년)
- 로마제국 쇠망사 축약본 (전 4권) : 오현제 시대 후기 ~ 비잔티움 제국 멸망 (기원후 2세기 무렵 ~기원후 1453년)
- 비잔티움 연대기 (전 3권) : 콘스탄티누스 대제 ~ 비잔티움 제국 멸망 (기원후 4세기 무렵~기원후 145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