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age/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 줄거리 및 해석, 결말, 리뷰, 헤어질 결심 뜻 (칸 영화제 감독상)

Anjing 2023. 1. 4. 01:19
반응형

헤어질결심-썸네일
헤어질결심-썸네일

| 영화정보 : 영화 헤어질 결심 감독, 배우, 상영 정보 정리

제목 : 헤어질 결심 | Decision to Leave

장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 서스펜스

감독 : 박찬욱

주연 : 박해일(해준), 탕웨이(서래), 이정현(정안)

조연 : 박용우(임호신), 고경표(수완), 김신영(연수), 정영숙(월요일 할머니), 유승목(기도수), 박정민(홍산오), 서현우(철성), 정이서(미지), 이학주(이 지고), 유태오(이주임)

개봉일 :  한국 | 2022년 6월 29일, 칸영화제 | 2022년 5월 23일

관객수 : 1,894,103명

상영시간 : 138분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바깥 이야기

영화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영화이며, 박찬욱 감독은 해당 각본을 쓰던 당시부터 박해일과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점찍어두고 작품을 써내려 갔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탕웨이의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데, 사실 오디오가 잘 안 들리는 부분은 촬영 후 여러 번의 노력 끝에 다시 음성을 입힌 것이라고 합니다. 

 

이 노래의 키워드 중 하나는 '안개'인데요, 노래 안개를 부른 가수 정훈희는 박찬욱 감독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이기도 하고, 안개라는 노래를 듣던 중 '헤어질 결심'을 제작할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이어서 그랬는지, 개봉 당시 관객 수는 1,894,103명에 그쳤습니다.(2022년도 박스오피스 30위) 영화의 명성보다 적은 관람객이긴 하나 실제 관람한 관객의 평점이 8.96점/10점(남자 : 8.86점, 여자 9.05점)으로 실제 관람한 관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 감독 : 박찬욱

박찬욱 감독은 유독 칸 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영화 '올드보이'로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후, 영화 '박쥐'로 칸 2009년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아가씨'로 2016년 칸 영화제에 다시 초대를 받은 뒤, 최근 '헤어질 결심'으로 다시 칸 영화제를 찾은 박찬욱 감독은 2022년 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인지 박찬욱 감독의 별명은 '깐느 박'일 정도입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한국 감독 중 한 명이며, 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거장의 면모를 세계 영화계에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 헤어질 결심 : 키워드

이 영화의 키워드는 안개, 산, 바다, 애플, 빨간색, 초록색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안개는 노래와 대사로 관객들에게 몽환적이고 모호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산은 1부, 바다는 2부의 배경이 되는 장소이자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인물의 성격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애플 제품이 주로 나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로 활용이 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등장인물의 상태와 복선을 보여주게 됩니다.  

 

 

 

| 헤어질 결심 : 뜻

영화에서 '헤어질 결심'은 정신적인 사랑하는 '상대방에게서 멀어지겠다는 결심'과 '그 결심을 끝내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남자 주인공 해준(박해일)은 "당신은 훌륭한 사람인데 왜 엉망진창인 남자들과 결혼하는 겁니까"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서래(탕웨이)는 이 영화의 제목이 들어간 "다른 사람과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입니다"라는 답을 합니다. 해준과의 정신적인 사랑에서 헤어질 결심을 했으나 결심만 했을 뿐 그녀의 공허함과 해준을 향한 마음은 '죽을 만큼' 커질 뿐이라서, 결국 그 결심이 뜻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제목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 안개 : 노래 가사 (노래 : 정훈희) 

영화 '헤어질 결심'의 메인 OST는 단연 가수 정훈희의 '안개'입니다.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가사인 한 편, 극 중 여러 사람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노래입니다. 노래 '안개'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 '헤어질 결심'은 마치 꿈 한가운데를 서성이고 무언가를 찾기 위해 내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갯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갯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 줄거리 1부 : 부산에서, 그리고 산

영화 시작과 함께 경찰서 사격 연습장에서 사격을 하는 해준(박해일)이 이야기합니다. "살인사건이 좀 뜸하네. 요즘 날씨가 좋아 그런가?" 사실 해준은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살인현장과 미결 사건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물론 이런 사건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질곡동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질곡동 사건'은 3년이나 끌어온 미결 사건이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준을 믿고 따르는 수완(고경표)은 해준과 잠복근무를 하기 일쑤입니다. 

 

해준은 이포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이공계 엘리트 정안(이정현)과 주말부부 사이입니다. 이포는 안개가 많은 지역이고, 2부의 배경이 될 도시입니다. 해준과 정안의 관계는 결혼한 지 꽤 지났지만 겉보기에는 아직은 원활해 보입니다. 정안은 바로 그녀와 일하는 이주임 이야기를 꺼냅니다. 성만 이야기해서 여자인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정안은 이주임이 본인을 맥인다면서 "주말부부 열 쌍 중에 여섯은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다는데.. 괜찮냐고"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꺼냅니다. 사실 이 대사는 후반부의 복선이 됩니다.

 

화면이 바뀌고, 해준이 원하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경찰관들은 바위산 봉우리 아래에서 추락한 남자의 시신 주변을 확인 중에 있습니다. 해준의 충직한 후배 수완은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망한 남자의 여러 부위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사망한 남자는 부를 과시하듯 비싼 이어폰과 "10시 2분 먼데이"에 멈춰있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습니다. 그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는 결혼한 것을 암시하는 굵은 금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영화-헤어질-결심-바위산-아래를-조사중인-경찰관들
영화-헤어질-결심-바위산-아래를-조사중인-경찰관들

 

해준은 "올라가봐야 할 텐데"라는 혼잣말을 하더니, 후배 수완을 뒤에 메고 슬로프를 이용해서 바위산을 거의 수직에 가깝게 오릅니다. 사실 이렇게 오르는 루트는 사망한 남자가 올라갔던 루트입니다. "걸어갈 수도 있다는데 왜 굳이 일로 올라가요?"라고 투덜대는 후배에게 "죽은 사람이 간 길이고, 우리는 경찰이니까"라는 말을 하면서 그는 꼿꼿하게 발걸음을 바위산으로 옮깁니다.

영화-헤어질-결심-로프를타고-직접-산에-오르는-해준과-수완
영화-헤어질-결심-로프를타고-직접-산에-오르는-해준과-수완

겨우 바위산 정상에 올라오니 죽은 남성의 배낭이 산 정상에 놓여 있습니다. 그의 이니셜이 새겨진 가방을 열어보니 여러 소지품이 있고 모든 소지품에 그의 소유욕을 상징하듯 이니셜이 새겨져 있습니다. 사망한 남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열어보니 부산을 거주하는 60살 기도수라는 주민등록증이 보입니다. 해준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면서 애플워치를 이용해 음성으로 기록해 갑니다. 극 밖에서 보면 독백처럼 보이는 장면입니다.

영화-헤어질-결심-바위산-위에서-조사중인-해준
영화-헤어질-결심-바위산-위에서-조사중인-해준

사망한 기도수의 시신은 경찰서로 옮겨져 있고, 얼마 안 있어서 기도수와 나이 차이가 꽤 나서 거의 딸 벌로 보이는 30대로 보이는 서래(탕웨이)가 해준과 수완을 찾아옵니다. 그녀는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부족합니다."라고 정확하지만 어투가 어딘가는 이국적인 말로 자기소개를 합니다.

 

해준은 본인의 아이폰 카메라로 손에 난 상처 등을 찍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죽었다는데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남편의 죽음을 예감했다는 듯이 "산에 올라가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마침내"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는 그녀를 바라보는 해준은 그녀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서래는 밤마다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를 혼자서 읊조리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맞긴 하나 어딘가 이질적인 단어를 종종 쓰곤 합니다. 서래에게 관심이 생긴 해준은 그녀의 눈을 깊게 바라보며 "패턴을 좀 알고 싶은데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은 '남편 전화번호의 패턴을 알고 싶다'와 '당신의 (취향)등의 패턴을 알고 싶다' 두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치밀하고 엘리트 경찰관인 해준이지만, 무엇인지 모를 끌림에 의해 피의자 신분으로 대해야 하는 서래에게 상당히 친절하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반면 냉정함을 유지하는 수완은 "남편이 죽었는데 안 놀랬데, 참 놀라운 부인이네."라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서래를 취조실에서 취조 아닌 취조를 하기 시작합니다. 사망한 남편에 대해서 말을 듣고 싶은지, 직접 사망한 당시의 사진을 보고 싶은지를 묻습니다. 서래가 "말씀?"이라 답하자 입술이 굳어집니다. 하지만 이내 서래가 "사진?"이라고 말을 바꾸자 "예, 사진.."이라며 은연중에 즐거워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호감을 느낀 그녀가 그와 같은 부류라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입니다. "볼 수 있으시겠어요?" 라면서 사인을 직접 알려줍니다. 한국말로 쉽게 "머리통이 깨지신 게 돌아가신 이유입니다."라고 해준이 그녀에게 남편의 사인을 알려주자 그녀는 웃습니다. 취조실 밖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후배 수완은 "웃는 것 봤어?"라고 옆에 있는 경관에게 물을 정도로 의심을 합니다. 하지만 해준은 이미 그녀의 매력에 빠진 듯 그녀가 웃으면 같이 웃고, 경비로 처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싼 초밥 정식 세트를 시킨 뒤, 같이 취조실에서 먹고 함께 다 먹은 자리를 뒷정리하는 등 이미 취조실은 그와 그녀가 가까워지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영화-헤어질-결심-해준과-서래
영화-헤어질-결심-해준과-서래

사망자의 사인을 알 수 없으니 서래는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되고, 해준과 후배는 차 안에서 그녀를 망원경으로 바라보면서 잠복수사를 합니다.   서래는 요일별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간병하는 것을 업으로 갖고 있습니다.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일을 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후배의 반응에 해준은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잉크가 물에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라고 그녀를 무의식 중에 보호해 줍니다.

영화-헤어질-결심-잠복근무를-하는-해준과-수완
영화-헤어질-결심-잠복근무를-하는-해준과-수완

 

그러던 와중에 사망한 기도수 손톱에서 다른 사람의 DNA가 나온 것을 알게 되고 서래는 경찰서로 소환되고, 경찰관은 그녀의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합니다. 해준은 다시 그녀를 취조실에서 합니다. 왜 그녀의 DNA가 기도수의 손톱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평소보다 더 어눌하게 행동으로 설명을 합니다.

 

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이지만 해준은 잠복수사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녀의 사생활을 멀리서 지켜봅니다."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지도 않고 TV 켜놓은 채 불편하게 잠."이라는 말과 함께 그녀를 향한 안타까움을 애플워치에 담습니다. 그렇게 관찰하는 그녀의 집에 있는 벽지는 도통 알 수 없는 패턴으로 덮여있습니다. 색상도 초록인지 파랑인지 알 수 없고 무늬도 산인지 파도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그녀는 초록색 옷을 입고 담배를 피웁니다. 담배를 피우며 울먹이는 그녀를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해준의 마음은 그녀 옆으로 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우는구나.. 마침내"라면서 본인이 후배에게 이야기한 '잉크가 물에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이 맞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낍니다. (사실 그녀는 해준이 다 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는 연기를 한 것뿐입니다) 

영화-헤어질-결심-담배피는-서래
영화-헤어질-결심-담배피는-서래

그녀에 대한 조사 결과 남편이 죽던 월요일에 '월요일 할머니'(약간 치매기가 있음)의 집에서 있다가 나온 것이 확인되어 그녀의 알리바이가 입증됩니다. 한편 죽은 남편 기도수가 자필로 적은  봉투 안에 들어있는 유서가 발견되면서 수사는 종결됩니다. 

 

수사가 종결된 것을 축하하는듯한 회식 자리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유일한 인물인 수완(고경표)은 취기가 머리끝까지 올라 혀가 꼬부라진 상태에서 "자살 확신하세요?"라고 이야기하지만 윗선에서는 3년째 표류 중인 '질곡동 사건'에 집중하라는 명이 떨어졌기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피의자의 신분이 아니게 된 서래는 대담하게 해준의 숙소로 찾아와서 친밀감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해준의 숙소 벽면에 가득한 미제 사건 사진을 함께 바라봅니다. 그녀는 그와 같은 '패턴'의 사람이기에 그런 모습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기까지 합니다. 그중 그녀의 남편이 죽은 사진은 태워버리고, 긴 시간 동안 포류하던 '질곡동 사건'에 대한 힌트까지 주기까지 합니다. 서래의 도움으로 '질곡동 사건'의 용의자 홍산오(박정민)를 찾게 되고 그를 '녹색' 방수 코팅이 되어있는 주택 옥상으로 몰아가는 데 성공하고,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용의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참고로 영화에서 '녹색'이 등장하면 죽음 혹은 안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 사건도 해결되고, 둘은 고궁에서 둘만의 만남을 가질 정도로 상당히 가까워집니다. 그 둘은 육체적인 끌림이라기보다는 서로가 닮았음에 대해 끌리는 것 같습니다. '꼿꼿한 모습'의 해준을 좋아하는 그녀는 그를 정신적인 사랑의 상대로 보고 그와 함께한 시간 자체를 소중히 여깁니다.

영화-헤어질-결심-해준과-행복한-시간을-보내는-서래
영화-헤어질-결심-해준과-행복한-시간을-보내는-서래

하지만 이런 고혹적인 사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서래에 대한 호의로 그녀 대신 '월요일 할머니' 댁에 가게 되고 거기서 서래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증거를 할머니의 핸드폰에서 찾게 됩니다. (폭력과 협박을 일삼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월요일 할머니와 서래의 핸드폰 바꿔서 위치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그날 남편이 올라가는 산 중턱에서 몰래 기다리다가 남편이 올라오는 시간에 맞추어 남편을 바위산 정상에서 떨어뜨려서 죽여버림)

 

명석한 두뇌로 뒤늦게 진실을 파해친 해준은 자신은 이 사건 때문에 붕괴되었다고 서래에게 이야기하고, '그 휴대폰을 깊은 바다에 버리라'라고 부탁을 하면서 서래를 떠납니다. 1부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이지만 서로 매우 닮은 '패턴'을 갖고 있기에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데 망설이는 둘의 정신적인 사랑과 이별을 다룹니다.

 

 

 

| 줄거리 2부 : 이포에서, 그리고 바다 

1부 이야기가 있었는지 어느덧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해준은 붕괴될 수밖에 없었던 부산에서의 일을 잊기 위해서인지 아내가 있는 이포로 근무지를 이동한 상태입니다. 이포는 바닷가 마을입니다. 자라를 훔쳐가는 사건이 주요 사건일 정도로 살인과는 거리가 먼 동네입니다. 어느 주말 거실에서 해준은 아내 정안과 석류를 다듬는 소일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소일거리를 하던 중 정안은 자연스럽게 함께 일한다는 이주임 이야기를 꺼냅니다.

 

정안이 이야기하는 이주임은 남자이고 정안과 상당히 오랫동안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인 암시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과 머리'를 갖은 정안은 해준의 성향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정안-이주임은 육체적인 로맨스 관계를 몰래 이어나가고, 해준-서래는 정신적인 로맨스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같은 공간에 있는 부부이지만 둘의 관계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실제 박찬욱 감독의 오피셜은 약간 다릅니다. 오피셜은 뒷부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서래는 두 번째 남편 호신을 만나서 살고 있습니다. 투자 관련 애널리스트로 방송에 출연까지 하는 호신(박용우)은 꽤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투자 사기를 일삼는 사람입니다. 덕분에 서래는 호신에게 투자해서 어머니가 위독한 지경에 이르게 된 철성(서현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철성을 피해 이들 부부는 이사를 가기로 하고, 해준을 못 잊는 서래는 이포로 이사 가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어느 날 해준-정안 부부와 서래-호신 부부는 우연히 이포의 한 수산시장에서 만나게 됩니다. "여길 어떻게"라고 당황하는 해준에게 서래는 당당하게 "이사 왔어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해준은 "이 동네 뭐가 볼 게 있다고.."라고 말을 다 하지 못하자 서래는 "안개 좋아해요"라고 말을 마치고 바로 정안에게 본인을 소개합니다. 

 

정안은 명석한 두뇌를 갖아서 그런지, 해준과 서래사이에서 있었던 미묘한 일을 알아차린 것 같은 눈빛을 보입니다. 그리고 정안과 호신이 서로 명함을 교환하는 사이에 해준은 냉랭한 눈빛으로 서래를 바라봅니다. 2부에서의 해준은 본인을 붕괴시킨 서래의 존재를 밀어내고 의심하기만 합니다.

영화-헤어질-결심-수산시장의-서래
영화-헤어질-결심-수산시장의-서래
영화-헤어질-결심-수산시장의-해준
영화-헤어질-결심-수산시장의-해준

그리고 그날 밤 해준-정안 부부는 집에서 둘은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정안은 "이쁘데, 그 여자"라고 이야기하면서 경계감을 드러냅니다. 글저자 해준은 "응, 뭐, 녹색은 이쁘더라고"라고 이야기하지만, "파랑 아니었어?"라고 정안이 반문하자, "그러거나 말거나"라고 이야기하면서 이미 차가워진 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일부러 조명에 따라 '녹색'과 '파랑'으로 보이는 영화 장치를 위해 동일한 모양의 '녹색'과 '파랑'옷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2부에서는 이 옷을 통해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서래'라는 존재를 암시합니다. 

 

둘이 목욕을 하는 사이 저녁에 만난 호신이 정안에게 전화를 합니다. 호신은 뭔가 복잡한 심경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시점의 호신은 서래가 반복해서 듣던 음성파일에서 해준과 서래의 사이를 알게 되고 이에 배신감을 느끼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정안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영화-헤어질-결심-다리위의-호신
영화-헤어질-결심-다리위의-호신

그리고 다음날 호신은 본인이 사는 초호화 펜션 수영장에서 흉기로 17곳을 찔려 살해됩니다. 자라 도난 사건이 가장 큰 범죄인 이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해준은 다시 활기를 띕니다. 그는 지난밤에 만난 호신이 죽은 것을 보고 바로 서래를 의심하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범인은 왼손잡이이고 서래는 오른손잡이임에도 뭔가 트릭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습니다.

영화-헤어질-결심-살해된-호신을-바라보는-해준
영화-헤어질-결심-살해된-호신을-바라보는-해준

취조실에 오게 된 서래는 그녀가 집에 와보니 이미 남편은 풀장에서 사망한 상황이었고, 풀장은 피로 가득했기에 나중에 수사를 하러 올 해준이 피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핏물을 빼고 피를 모두 닦아 냈다고 진술합니다. 이 말은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이미 1부의 경험이 있는 해준은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 배달된 음식은 1부와는 180도 다른 음식인 '핫도그' 1개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서래는 서운한 표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그리고 해준은 "당신은 훌륭한 사람인데 왜 엉망진창인 남자들과 결혼하는 겁니까"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서래는 이 영화의 제목이 들어간 "다른 사람과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입니다"라는 답을 합니다. 해준과의 정신적인 사랑에서 헤어질 결심을 했으나 결심만 했을 뿐 그녀의 공허함과 해준을 향한 마음은 커질 뿐입니다. 

 

하지만 해준의 의심과는 다르게 호신을 죽인 사람은 철성이나 아직 해준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 서래는 해준에게 전화를 해서 호미산으로 와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호미산은 1부에 나왔던 바위산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 산입니다. 1부의 바위산은 남의 산, 남편의 산이고, 2부의 호미산은 국가유공자였던 할아버지의 소유의 산, 나와 가족의 안식처가 되는 산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곳에서 서래는 어머니가 말한 대로 멋진 남자랑 함께 와서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유골을 뿌린다는 이야기를 한 뒤, 1부에서 살인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핸드폰을 해준에게 주면서 '붕괴'이전으로 되돌아가달라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붕괴' 이전의 서래의 상태는 용의자이고, 해준은 미제 사건을 위해서라면 밤낮없이 그 대상을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용의자가 되서라도 해준의 마음을 얻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그러고 난 뒤 그녀는 그에게 입맞춤을 하지만 해준의 얼어붙은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듯합니다.

 

아래에는 영화의 결론 및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여기까지만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화-헤어질-결심-서래를-바라보는-호신
영화-헤어질-결심-서래를-바라보는-호신

 

 

 

| 줄거리 2부 : 결론

집에 온 해준은 정안이 이주임과 함께 쌀쌀맞은 표정을 지으며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이주임은 훤칠하게 잘생긴 남자입니다. 아무래도 정안은 해준과 서래 사이에서 무언가를 느낀듯합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 긴 시간 동안 이주임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은 정안이 이번 기회로 당당해진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나 박찬욱 감독 오피셜은 이주임과 정안(이정현) 사이는 큰일이 없었고, 단지 다른 마음을 먹는 것으로 보이는 해준을 압박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경찰 수사결과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을 죽인 범인이 철성인 것을 해준은 뒤늦게 알게 됩니다. 사실을 알게 된 해준은 서래가 있는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서래에게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받는 서래도 석양을 받으면서 어느 해안가를 향해 차를 몰고 있습니다. 서로 엇갈리기만 했던 해준의 마음과 서래의 마음의 방향이 같아지는 순간이지만 서래는 이미 해준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멀리 온 상황입니다. 

 

통화를 끝낸 서래는 본인이 봐두었던 곳으로 보이는 한 지점에 '녹색' 양동이를 들고 와서는 '녹색' 양동이로 구덩이를 파기시작합니다. 여기서도 '녹색'은 죽음의 의미로 쓰입니다. 녹색 양동이로 어른이 들어가서 웅크릴 수 있는 크기만큼 구덩이를 파갈수록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바닷물을 밀물이 되어 구덩이 부근으로 밀려옵니다. 구덩이를 다 판 뒤 그녀는 모래를 가득 담은 양동이를 부둥켜안고 구덩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밀물은 점차 그녀가 들어간 구덩이를 모래로 채워가기 시작합니다.

 

뒤늦게 그녀를 향한 사랑과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랑을 깨달은 해준은 급히 달려와서 그녀를 찾지만, '영원한 미결 사건'으로 남아 해준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는 한 편, 그녀로 인해 '붕괴' 되었던 해준을 다시 '붕괴' 이전의 상태로 돌리기 위해 희생한 그녀를 끝내 찾지 못하고 석양과 함께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습니다.

 

 

 

| 감상평

평소 박찬욱 감독의 잔인하고, 가학적인 스타일과는 많이 상반된 영화입니다. 시각적인 요소로 긴장감을 주는 대신 긴장 넘치는 현악기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을 보고 박찬욱 감독의 세계적인 역량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수사극, 혹은 르와르의 포맷을 따르는 정신적인 사랑을 다루는 영화로 보입니다. 2중 플롯을 따르는 이 영화는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와 2부는 데칼코마니처럼 이야기의 흐름은 비슷하나 서래(탕웨이)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다른 방식으로 서래를 바라보고 판단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예를 들어 1부에서 해준의 후배 수완은 서래를 의심하지만, 2부에서 해준의 부하 연수는 서래를 안타깝게 여김). 이뿐만 아니라 안개처럼 몽환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장면은 영화를 볼수록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수사극이나 멜로물을 좋아하신다면 '헤어질 결심'을 한 번쯤은 감상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