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에 대만으로 여행을 왔을 때 이런 저런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을텐데, 그 중 하나가 바퀴벌레가 아닐까한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으로 대만 여행을 준비할 때는 아무래도 바퀴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막상 대만을 도착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바퀴벌레를 마추치는 경우 많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대만 뿐만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대만 북부는 아열대 지방에 속하고, 대만 남부는 열대 지방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 북부 타이베이 기준 겨울 온도가 10도 이상일 정도로 온난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11월 까지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온도도 연중 고온인데다, 대만은 섬나라 + 높은 산지의 영향으로 비도 많이 오고 습한 환경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습도가 80~90%가 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습도를 자랑하는 지역이다보니 바퀴벌레가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 의외로 축복이다. 물론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쉽지 않다. 뼈마디가 시릴 정도의 추위 때문에 걸어서 어디를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 겨울 덕분에 좋지않은 벌레, 동식물 등이 동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은 바퀴벌레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사실 한국은 전쟁 이후 거의 0에서 쌓아올린 도시가 많다. 굳이 예를 들자면 강남, 1기 신도시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런 도시들은 네모 반듯한 길을 따라 상하수도를 정비했기 때문에 오물, 벌레 등의 문제가 다른 동남아 도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
반면 대만 등 오래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발전한 동남아의 도시 들은 오래된 가옥이 많고, 이런 가옥 아래를 흐르는 상하수도 관이 노후화 되거나 틈이 벌어진 경우가 있어서 모기, 바퀴벌레 등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서 가끔은 호텔 서랍장 안이나, 리조트 객실의 싱크대 등에서도 갑작스럽게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도시가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돈을 들여서 구역을 정비하기는 참 어렵다. 특히 대만처럼 한정된 국토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쓸 수 있을 때 까지 최대한 활용하는 상황이라면 대규모 인프라를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바퀴벌레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야시장, 길거리 음식 문화이다. 야시장을 가보면 알겠지만 도로를 막고 운영하는 임시 좌판이 대다수이고, 야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대부분 향이 강하고 맛이 좋은 음식, 과일류이다. 이런 음식을 먹고 쓰레기통에 버린다해도, 도로 위에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국처럼 음식점이나 집에서 밥을 해결하는 문화가 아니라 도시락이나 간식 등을 점포에서 사서 길거리 의자, 광장의 바닥, 학교 교실, 사무실 등에서 자유롭게 식사하는 효율적인 문화다 보니 식사 후 나도 모르게 흘린 부스러기는 바퀴벌레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안그래도 사계절 내내 춥자않은 기후에 도시에 먹거리가 항상 바닥에 있으니 바퀴벌레가 살기에 천혜의 환경이 아닐까?
게다가 바퀴벌레들이 사람들을 보고 무서워 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느긋하게 걸어다니다가 어느새 행인들에게 밟혀서 죽는 경우도 많다. 아마 대만 바퀴벌레는 대부분 한국과는 다른 ‘American Cockroach'라서 몸집도 커서 작은 바퀴벌레 대비 민첩도가 떨어지거나.. 혹은 덩치가 크니 도망갈 생각을 안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튼 대만 기후상 바퀴벌레를 없애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바퀴벌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겨울에 해당하는 날씨에 대만을 방문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