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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 뜻과 배경설명 해석, 줄거리 및 결말 (2)Garage/영화 2023. 1. 7. 04:00반응형
| 영화 정보 : 중경삼림 감독 및 주요 정보
제목 : 중경삼림 | Chungking Express
장르 : 멜로, 로맨스, 드라마
감독 : 왕가위
주연 : 임청하 (노랑머리), 양조위 (경찰 663), 왕비 (페이), 금성무 (경찰 223)
조연 : 주가령 (스튜어디스)
개봉일 : 홍콩 | 1994년 7월 14일, 한국 1995년 9월 2일
관객수 : 126,953 명 (1995년 개봉 기준)
상영시간 : 101분
등급 : 15세 관람가| 중경삼림 : 두 번째 이야기의 줄거리 및 해석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는 총 두 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와 같이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이 영화의 만남과 헤어짐의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케밥집 (Midnight Express)에서 첫 번째 이야기의 남주인공 금성무와 두 번째 이야기의 여주인공 왕비와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금성무는 "우리가 가장 가까이 스친 이 순간 서로의 거리는 단 0.01cm였고, 6시간 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라는 독백과 함께 주인공의 자리를 왕비와 금성무에게 넘겨줍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첫 번째 이야기'의 초반에 임청하와 만나는 금성무가 비슷한 독백을 하면서 5시간 만에 사랑에 빠진다 했는데, 이번에는 6시간 만에 빠진다고 말을 합니다. 실제로 '첫 번째 이야기'의 러닝타임에 비해 '두 번째 이야기'의 러닝타임이 조금 더 길고요, 왕가위 감독은 이 대사를 통해 서로 균형이 맞지 않은 두 이야기의 비중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량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화면은 어두워지고 '중경삼림'을 보고 나면 귓가에 맴도는 배경음악 중 하나인 California Dreamin' 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근무 중인 양조위가 케밥집 (Midnight Express)에 들러서 왕비와 처음 만나게 됩니다. 첫 만남은 그렇게 경쾌하진 않습니다. 처음 친척의 집에서 일하게 된 왕비는 카세트의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일을 하고 있어서 양조위가 주문하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합니다. 게다가 왕비는 그런 양조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양조위는 평소처럼 '셰프 샐러드'를 시킵니다. 양조위에게 '셰프 샐러드' 관성에 젖은 일상' 혹은 '과거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그런 양조위에게 인심 좋은 케밥집주인은 '피시 앤 칩스'를 권하곤 양조위는 못 이긴 척 '피시 앤 칩스'도 함께 사갑니다. 그 장면에서 왕비가 큰 음악을 틀으면서 끼어들고는 케밥집 주방 안쪽에서 몰래 양조위를 훔쳐봅니다. '피시 앤 칩스'와 '왕비' 두 가지 새로운 존재는 과거에 갇혀있던 양조위에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는 복선인 듯합니다.
다시 케밥집에 들른 양조위는 평소 시키던 '셰프 샐러드' 대신 '피시 앤 칩스'를 시킵니다. 심경에 변화가 생긴 듯합니다. 그런 양조위에게 가게 주인은 "오늘은 피자가 어때" 라며 또 다른 메뉴를 권합니다. 인심 좋아 보이는 가게 주인은 정체되어 있던 양조위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사소한 변화부터 이끌어 줍니다. 이는 마치 첫 번째 이야기에서 금성무에게 전 여자 친구 '아미' 대신 '다른 아미'를 소개해주는 장면과 겹치는데요, 케밥집은 단순한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는 장소인 듯합니다.
양조위의 여자 친구 주가령은 최근 그를 떠난 상황입니다. 그녀의 직업은 스튜어디스입니다. 양조위는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인 그녀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하고 한 동안 둘은 연인 관계를 유지합니다. 극 중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어느 한 장소에 묶여 있는 사람들입니다. 케밥집 사장, 왕비는 하루의 대부분은 그들의 가게에서 머뭅니다. 양조위도 순찰을 하는 경관이지만, 결국 그도 케밥집 주변을 맴돌 뿐입니다. 이렇게 묶여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양조위와 주가령은 처음부터 어울릴 수 없는 상대이고, 결국 주가령은 이별을 결심합니다.
직접 양조위와 만나서 그녀의 결심을 적은 편지와 그 둘이 공유했던 장소로 들어갈 수 있는 매개체인 열쇠를 전달하려 했으나, 서로의 인생의 여정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듯 주가령은 양조위를 직접 만나지 못한 채 편지와 열쇠를 케밥집주인에게 맡기곤 떠나버립니다. 왕비는 무심한 척 일을 하면서 그녀의 행동거지를 살핍니다. 그리고 난 뒤, 케밥집 사장은 주가령이 건넨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봅니다. 그와 그녀 둘만의 이야기를 적은 내용 이건만 어느새 케밥집에서 일하는 사장뿐만 아니라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노동자들 마저도 안타까운 소식을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왕비도 그 편지를 받아보게 됩니다. 편지 끝부분에는 "(나의 마음속에) 자기 좌석은 취소됐어. 열쇠 돌려줄게. Bye"라고 영어로 적혀있습니다.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양조위와 주가령이지만, 국제적인 도시 홍콩의 느낌을 전달하는 한 편, 외국인 노동자도 편지를 읽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기에 일부러 편지는 영어로 쓴 듯합니다.편지 봉투 안에는 열쇠가 들어있습니다. 양조위의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입니다. 이 '열쇠'와 '양조위의 집'은 양조위의 마음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날짜가 지났음을 암시하듯 왕비의 옷이 노란색 꽃무늬 남방에서 파란색 하트 모양의 흰색 티셔츠로 바뀌어 있습니다. 오늘은 양조위가 순찰 근무를 서는 날입니다. 그것을 가게 주인과 점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눈치고, 왕비에게 일이 있다면서 모두 나가버립니다. 왕비가 그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그들 모두 알고 있고, 둘이 맺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리를 비워주는 듯합니다. 사장님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원들 주방 아주머니까지 우르르 나가 버리고 나니 케밥집은 양조위와 왕비 둘만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양조위가 오기 전에 왕비는 다시 카세트 볼륨을 크게 키웁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볼륨을 키우나 싶었는데 볼륨이 커질수록 서로의 대화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대화를 하기 위해 몸을 서로에게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을 볼 때 양조위에게 자연스럽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왕비는 양조위에게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에게서 온 편지를 건네려 하지만 양조위는 받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금성무는 지나간 사랑에 대해 '집착'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양조위는 이별이라는 상황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장면에서 '중경삼림'의 Title 곡인 '몽중인'이 시원하게 흘러나오면서 화면은 슬로 모션으로 흘러갑니다. 무심하게 커피를 마시는 양조위, 그리고 그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왕비, 그리고 그 가게 앞을 서둘러 지나가는 행인들.. 케밥집은 온전히 그 둘만의 공간입니다. (참고로 양조위 감독이 슬로 모션을 쓰는 순간은 상당히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그녀의 손에 들어온 양조위의 열쇠.
이별 통보를 받은 양조위는 병가를 내고 집에 머무릅니다. 이날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밖에 널어놓았던 수건도 흠뻑 젖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처럼 '물'은 슬픔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다소 시간이 흐른 뒤, 노점 식탁에서 동료 경관과 점심 식사를 하던 양조위와 식재료를 사러 온 왕비가 우연히 만납니다. 양조위를 만난 왕비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양조위는 조가 바뀌어서 한동안 케밥집 주변을 가지 않은 듯합니다. 양조위는 왠지 무거워 보이는 식재료를 어깨에 이고 왕비가 일하는 장소로 함께 갑니다. 처음으로 이 둘은 같은 곳을 보며 나란히 걷게 됩니다. 길을 걸으면서 왕비는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녀의 배경음악인 California Dreamin'처럼 캘리포니아에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왕비는 자연스럽게 양조위에게 그를 향한 마음을 비춥니다. "그럼 같이 여행해요, 나 돈 많이 모았거든요" 하지만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된 양조위에게 그 말이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편지를 찾아가지 않는 양조위에게 왕비는 주소를 알려주면 편지를 보내주겠다 이야기하고 양조위는 얼떨결에 그의 주소를 적어줍니다. 주소를 적어주는 그 순간에도 양조위 곁에 가까이 붙어서 글씨가 안 보이는 척 미간을 찌푸립니다. 그러고 나서 무심한 양조위는 인사 치례로 본인의 집의 위치를 가리키면서 놀러 오라고 이야기합니다. 첫 만남부터 무심한 척 양조위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왕비의 모습을 볼 때 연애의 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당돌한 매력의 여주인공이 옆에 있다면 남주인공이 누구든 그녀에게 빠져버릴 것 같습니다.날이 얼마간 지났는지 왕비는 다른 옷을 입고 있고 왠지 모르게 멍해 보이는 그녀에게 사장(사촌 오빠)은 몽유병에 걸렸냐면서 핀잔을 주고 사라집니다. 그 꿈은 바로 양조위의 집에 들어가는 꿈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양조위의 방은 양조위의 생활공간이자 그의 '마음속'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의 마음에 들어가고픈 마음이 점점 커지는 왕비와는 다르게 양조위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점심시간마다 본인 집에 들러 헤어진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혼잣말로 그의 방 옷장 앞에서 "안에 있는 것 다 알아 어서 나와, 셋을 세겠어"라고 이야기 한 뒤 셋을 세지만 옷장 안에 숨어있던 것은 다름 아닌 왕비입니다. 몰래 집에 들어온 왕비,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집안을 둘러보는 양조위 간의 아슬아슬한 숨바꼭질이 시작됩니다.
이 숨바꼭질은 계속됩니다. 음악을 틀고 양조위의 방에서 청소를 하는 한 편, 전 여자 친구가 선물해준 듯한 비행기 모형을 들고 방 이곳저곳을 탐험하듯이 돌아다닙니다. 평소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던 왕비의 바람과 양조위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직업인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점점 커지는 듯합니다. 양조위의 마음에 몰래 들어가고픈 그녀는 양조위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 지질 수록 금붕어를 사 와서 집을 꾸미고, 너무 많이 써서 말라비틀어진 비누를 새 비누로 바꾸고 양조위 먹는 물에 수면제를 타는 등 점점 그녀의 행동은 대담해집니다.
양조위의 전 여자 친구의 '스튜어디스 제복'을 입는 왕비의 모습에서 양조위의 여자 친구가 되고픈 마음과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점차 커져가는 듯합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요? 그렇게 무던한 양조위도 집이 바뀌었음을 느끼고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가 혹시 다시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왕비가 왔다 사라지는 시간에 급하게 집으로 달려갑니다. 집을 달려간 그를 반기는 것은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도 아니고 왕비도 아닌 바닥에 흥건한 물입니다. 걸레와 양동이로 방을 어느 정도 정리할 무렵 금붕어를 사서 집에 오던 왕비와 마주 집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발에 쥐가 난 왕비는 얼떨결에 양조위의 집에 초대받게 되고 함께 음악을 듣기까지 합니다. 그 음악은 다름 아닌 California Dreamin'입니다.
긴장이 풀렸는지 왕비는 양조위의 집에서 잠이 듭니다. 양조위는 그녀를 깨우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녀의 옆에 앉는 선택을 합니다만 이내 양조위도 곯아떨어지고 맙니다. 우연이지만 한 층 더 둘의 거리가 가까워집니다.둔한 양조위 덕분에 하룻밤의 우연한 만남과 주인공들의 성장을 그린 금성무와 왕조현의 '첫 번째 이야기'와는 다르게 둘의 사랑의 거리는 아주 천천히 가까워집니다. 양조위는 왕비가 장난스럽게 통조림의 포장지를 바꾸어 놓아 맛이 뒤바뀐 통조림도 알아채지 못하고,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가 헤어졌을 때 붙들고 이야기했던 인형이 바뀐 것조차 알아채지 못합니다. 처음에 슬픔에 빠져있던 그가 들고 이야기하던 인형은 하얀색 곰인형이었지만, 왕비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점차 마음에 안정을 찾은 그가 "나 예전보다 좀 밝아진 것 같지 않아? "라고 이야기하는 인형은 노란색 호랑이 인형입니다. 눈썰미 좋은 분은 이 인형이 '첫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한 것을 눈치채셨을 텐데요, 아래의 사진처럼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임청하가 서있던 장소에서 밝은 얼굴로 인형을 사 가던 사람이 바로 왕비이고,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이 바로 안정을 찾은 양조위가 말을 거는 그 호랑이 인형입니다.
그렇게 둔한 양조위지만, 호랑이 인형에게 "갑자기 뭘 봐도 다 예쁘게 보이네라고 이야기합니다." 둘의 마음이 가까워진 것을 관객도 알고 왕비도 알지만 양조위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흰색 곰인형' 그리고 '흰색'은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를 상징합니다.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는 흰색 제복을 입고 등장합니다. 반면 '노란색 곰인형'과 '노란색'은 왕비를 상징합니다. 평상시의 왕비는 노란색 옷을 주로 입고 등장합니다. 하지만 양조위에게 호감을 느끼고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를 동경하는 장면에서는 하얀색 옷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처음으로 '피시 앤 칩스'를 시키기 위해 케밥집에 들른 양조위를 훔쳐보는 왕비는 흰색 반팔 셔츠에 파란색 하트 옷을 입고 있습니다.
- 케밥집에서 처음 양조위와 왕비만의 시간을 보낼 때는 흰색 반팔 셔츠에 파란색 하트가 수놓아진 옷을 입고 있습니다.
- 양조위의 방에서 몰래 입은 전 여자 친구의 제복도 흰색입니다.
- 이후 금붕어를 사들고 양조위의 집을 들어가다 마주칠 때도 흰색 카라 포켓티를 입고 있습니다.
호랑이와 이야기하는 양조위는 말을 이어갑니다. "예전엔 네가 바보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볼수록 귀엽네. 그런데 왜 이렇게 꾀죄죄해 예전에는 흰색이었잖아. 흰색일 때가 낫지 않아?" 이 이야기는 왕비에 대한 마음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큰 음악을 틀어놓고 어떤 말을 하는지 이해도 안 갔던 왕비였기에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왕비의 은근하면서 적극적인 구애 덕분인지 볼수록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여자 친구를 상징하는 '흰색'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사실 '두 번째 이야기' 초반에 양조위가 여자 친구와의 첫 만남 때를 회상하면서 한 대사가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유혹하고 싶은 스튜어디스가 '꼭 한 명씩' 있다" 여기에서 양조위가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이상향은 전 여자 친구가 아니라 자유롭게 어딘가를 여행할 수 있는 존재 즉, '스튜어디스'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의 대사에서 살펴본다면 양조위가 호랑이 인형에게 건네는 말인 "흰색일 때가 낫지 않아?" 손에 잡을 수 있는 지금 다가온 '행복' 보다 '이상향'을 더 갈망하는 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양조위에게 최선을 다하는 왕비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눈치가 빠르고 영리한 왕비는 양조위가 동경하는 '스튜어디스'가 될 수 없음을 계속 느끼는 듯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양조위 몰래 양조위 집을 청소하면서 창 밖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려봅니다. 그러던 와중 집 주변을 지나던 양조위가 집에 누군가가 있음을 깨닫고 황급하게 집으로 달려옵니다. 집 안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것을 걸렸기에 결국 그녀의 일탈은 여기에서 끝이 나게 됩니다.
화면은 바뀌어 케밥집을 비춥니다.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의 배경음악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이 나오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양조위는 왕비에게 전 여자 친구의 편지를 요구하고, 데이트를 요청합니다. 이때 왕비가 입고 있는 옷은 그녀 본연의 모습을 하는 '노란색' 카라티입니다. 양조위는 흘러나오는 여자 친구의 배경음악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음악을 권하고는 이내 사라집니다. 이제 양조위는 본연의 왕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들떠있는 왕비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집에 일찍 온 양조위는 전 여자 친구의 짐을 다 정리하곤 체크무늬 남방을 걸치고 약속시간인 캘리포니아에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케밥집 사장님입니다. 케밥집 사장님은 그녀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왕비가 쓴 편지를 전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캘리포니아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녀는 식당 캘리포니아 대신 평소 동경하던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납니다.
양조위는 두 사람은 단지 시간이 다른 캘리포니아에 있을 뿐이라며 자신을 위로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포기하고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를 열어보지 않고 편의점 앞 거리의 쓰레기 통에 버리고 떠납니다. 시간이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참 비가 내리고 양조위는 편지를 다시 들고 편의점 안에 들어와 편지를 조심스레 펼칩니다. 편지에는 손으로 그린 비행기 티켓이 있습니다. 시간은 1년 뒤, 하지만 장소는 이미 젖어버린 상황이라서 알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엇갈린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왕비가 구애하는 동안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시간,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마음을 열며 식당 캘리포니아에서 기다리던 시간, 편지 안에 쓰여있는 1년 뒤라는 시간.. 그리고 화면은 바뀌어 왕비의 시간을 그립니다. 사실 왕비는 8시에는 붐빌 것 같아서 7시 15분에 식당 캘리포니아로 향합니다. 홍콩의 아열대 기후답게 저녁에 예상치 못하게 비가 내렸고 비 오는 캘리포니아를 보자, 다른 캘리포니아는 화창한지 궁금해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왕비는 본인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었다는 이이기를 합니다. 이때 입은 왕비의 옷 색깔은 '흰색'입니다. 우연히도 양조위가 잡은 식당의 이름과 그녀가 평소 가고 싶었던 이상향인 캘리포니아가 겹쳤고, 그로 인해 영화 내내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던 '스튜어디스'에 대한 동경이 폭발하는 모습을 '흰색'으로 표현한 듯싶습니다.
시간은 흘러 1년 뒤가 된 것을 암시하듯 짧은 머리에서 긴 머리가 된 그녀가 어느 장소에서 '흰옷'을 입고 양조위를 기다립니다. '흰옷'을 입은 그녀는 동경했던 그 무언가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날도 비가 내리지만 그녀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습니다. 마치 화창한 캘리포니아에서 막 도착한듯한 모습입니다. 어느 장소는 바로 식당 캘리포니아지만 편지가 물에 젖어 장소를 알 수 없던 양조위는 그 장소에 나가지 못합니다. 역시 영화 내내 둔한 모습을 보이던 양조위 답게 식당 캘리포니아를 전혀 유추하지 못합니다.
기다림이 길었는지 이미 비는 그쳐있고 스튜어디스 제복을 입은 왕비는 캐리어를 끌고 식당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녀가 일을 했던 만남과 이별의 장소인 케밥집을 들릅니다. 케밥집은 수리 중인지 셔터가 바닥에 가깝게 닫혀있습니다. 그런 셔터를 올려서 들어가니 내부를 공사하는 양조위가 보입니다. 그녀의 사촌오빠는 가라오케로 업종을 변경하고 양조위에게 케밥집을 인계합니다. 처음에는 음식을 팔더니 이제 가게까지 팔다니 사촌오빠의 사업수완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왕비가 즐겨 듣던 노래인 California Dreamin'을 크게 틀어져 있는 가게는 노란색을 포인트 삼아서 리모델링 중입니다. 이 장면에서 양조위는 본인과 맞지 않은 '동경'을 버리고 자신을 아껴주는 '행복'을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조위는 "캘리포니아는 어땠냐고요? 재미있었어요?"라고 왕비에게 묻지만 "그저 그랬어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동경했던 곳을 가보았지만 특별한 것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오해를 푸는 시간이 지난 뒤 새롭게 비행기 티켓을 그리는 왕비는 "어디로 가고 싶어요?"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양조위는 "아무 곳이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요"라는 대사가 끝나자 Title 곡인 '몽중인'이 시원하게 시작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이제 엇갈림 없이 같은 시간에 같은 마음으로 시작할 그 둘만의 사랑의 '몽유병'이 시작될 것 만 같은 설렘이 느껴집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첫 번째 이야기'는 내면의 성장을 다뤘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동경과 현재의 행복 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적당한 템포와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많은 '두 번째 이야기'에 더 정이 가는 듯합니다. '중경삼림'은 여러 번 관람하다 보면 당시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요 이것이 3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이 이영화를 찾게 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중경삼림'을 보시지 않은 분이시라면 왕가위 감독이 우리를 위해 숨겨놓은 수많은 '행복'이라는 보물을 찾아 한 번쯤은 관람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왕가위 감독이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퍼즐을 찾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져서 다음에는 당시의 홍콩의 상황, 여배우들을 위한 배경음악, 배우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 중경삼림 : 첫 번째 이야기의 줄거리 및 해석 + 배경
중경삼림의 이야기가 두 가지 이야기로 구분되고 분량이 많기 때문에 총 세 번에 걸쳐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 참고 부탁드립니다.
- 첫 번째 이야기 https://musium901.tistory.com/m/entry/영화-중경삼림-뜻과-배경설명-해석-줄거리-및-결말-01반응형'Garage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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